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비보 悲報

젊어 미국으로 넘어가 갖은 고생을 하다가 성공하여 고향을 방문한 형님과 함께 내원한 단골고객 할아버지가 계셨다. 2012년 7월의 일이다.

봄철 소일거리 주말농장에서 삽질을 하다 허리를 다쳐 다시 오셨다. 그때 한국을 방문하셨던 형님께서 건강이 많이 안좋아서 여명이 한달이 체 안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주신다.

더불어, 고생 많이 해서 돈 벌어놔야 뭐하느냐는 푸념을 같이 하신다.
형님의 상태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리라.

한국에 나와 살려고 했는데, 건강이 허락치 않아 이국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형님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 나온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한의원을 하다보면 이러한 일들이 많다.
세월의 흐름이 보이는 것이다.

꼬마 아가씨가 쭉쭉빵빵 미녀가 되어 나타나는 일.
멋장이 미시족이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나타나는 일

건강을 자신하던 몸짱 아저씨가 암에 걸려 반쪽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암 수술을 받고 오래 사시지 못하실 듯 보이던 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간이 하는 일이다.
현재와 미래의 간극이다.

놀 수 있을 때 놀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우리의 발은 현재를 딛고, 우리의 머리는 미래를 보고 있으니 힘든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